이것은 나의 꿈에 관한 이야기다.
꿈은 유독 생생하고 길었다. 대부분의 꿈이 나의 현실을 담아 우울하고 혹은 무정한데에 반해 이번꿈은 걱정없고, 발랄했다.
나는 어렸고, 때로는 자랐으며, 어린아이들과 걷기도 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꿈의 발랄함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태민이 나왔다는 것이다.
태민은 언제나 꿈에서 나를 즐겁게 한다. 태민이 밝던, 우울하던 그 존재는 빛을 내는데, 먼 존재가 가까워 진 것에 대한 기쁨의 표현일 것이다.
잊기 전에 태민의 꿈을 먼저 적겠다. 사실, 태민은 꿈의 마지막에 나왔고, 동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을 때 태민이 아득히 멀어지는
것을 굉장히 아쉬워했다. 잊지 않기 위해 몇번이나 반복했으나 역시 대부분을 잊었다.
꿈은 내가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고 나오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관객들이 모두 빠져 나오기 전, 나는 어두운 로비에서 태민과 온유를 보았다.
영화가 재미있었던 까닭인지, 둘은 굉장히 들떠있고 신나보였는데 그래서인지 서로가 다른 전철 게이트로 들어가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기억에는 온유는 올바른 방향의 게이트로, 태민은 어찌되었던 목적지로는 가는 게이트로 내려갔다. 그 목적지가 역삼역이던가...
나는 그 둘과는 또 다른 게이트로 내려가서 전철을 탔는데, 태민의 행동을 모두 지켜본 탓에 그리고 태민과 전철이 중간에 만나는 탓에
태민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전에는 태민을 찾는 사람들에게 태민의 목적지와 길을 잃던 행동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근데 아마 우리 엄마였던것 같다. 태민이 전철역에 가방도 놓고왔던지 어디어디에 가방이 있다는 정보도 알려주었던 것 같다.
(내 꿈이지만 그 덜렁거리는 성격은 어디 안간다. 아마 태민의 덤벙댐 에피소드를 너무 재미있게 들은 까닭인가 ㅋㅋ)
잠시후 나는 태민과 전철안에서 만나게 되고, 목적지를 찾아가기 위한 중간 점검을 하게 된다. 장소는 카페인지, 나의 사무실인지..
처음보는 공간이었지만 아득했고 내가 늘 꿈꾸던 넓고 긴 철제 책상과 의자들이 있는 공간이었다. 나와 태민은 나란히 앉아서 목적지로 찾아가기 위한
회의를 했는데, 나는 우선 우리의 현 위치를 확실히 하고자 했고,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서 파악하기로했다.
내가 작은 글씨들을 보며 내게 익숙치 않은 역삼역(인지 다른 역인지.. 아무튼 태민의 목적지)을 찾다 찾다 못찾고 작은 고통의 신음을 내 뱉었을 때
놀고 있던 태민은 그제서야 자신이 역삼역이 어디있는지 안다며 너무나 쉽게 노선도 상의 역삼역을 찾아주었다. 여지껏 뭐하고!!
분노를 담아 태민을 쳐다보며 짜증의 소리를 뱉었더니 태민은 자신도 자신의 행태가 웃기다는듯 헤실히 웃었다. 덕분에 나도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 웃음이 어찌나 천진난만 하던지. 딱 라디오에서 자신의 덤벙댐 에피소드를 들을 때 그 반응이었다. 자신도 스스로가 어이없고 웃기다는 그 웃음.
목적지를 찾고, 간간히 사담들도 하고 편안하게 이것 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던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건 검정색 아이쉐도우다.
태민이 나에게 화장을 해준건지 내가 하고 있었던 건지 내 눈에는 왼쪽에만 화장이 되어있었다. 아마 화장을 하던 중간의 장면으로 넘어간듯했다.
나머지 반쪽을 화장하기 위해 검정 아이쉐도우를 보았는데 아이쉐도우에는 오래 쓴 붓자국으로 태민, 민호 두 글자가 적혀있었다. (ㅋㅋ)
나는 태민에게 복수하는 마음으로 (위의 역삼의 사건에 대해) 두 이름의 미음을 붓으로 둥글게 긁어서 태인, 인호로 만들어 버렸다.
태민도 즐겁게 웃었던 것 같다.
그때 동네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머리가 맑아졌고, 내가 꿈을 꾸고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태민은 나를 보지 않고 책상만 보았다.
나를 제외한 공간 전체는 무엇인가에 끌려가듯 천천히 그리고 몽환적으로 멀어져만갔다. 짧은 찰나에 아쉽다는 생각은 반복했다. 하지만 덕분에
꿈은 선명했다. 그리고 지난 경험에 비추어 꿈을 잊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반복회상했다. 그 과정에서 태민의 등장 이전의 꿈들은 꿈을 꾸었다는
사실마져 잊었다. 문득 문득 떠오른 단편적인 조각들은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잊거나 혹은 재미없게 느껴졌다.
꿈 이야기를 쓰면서, 이동진 기자의 팟 캐스트 빨간책방을 들었다.
마침 첫화에서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다루어 정유정 작가에 대한 정보와 다음 작품 소식을 들을 수 었다.
정유정작가가 살인을 한다면 정말 완벽 범죄를 저지르실 것 같다는 표현과 함꼐 그의 다음 작품은 인수(人獸)공통전염병에 관한 것이라는 정보를
주었다.
인수공통전염병, 즉 사람과 동물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전염병으로 인해 폐쇠된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니. 7년의 밥 만큼이나 무섭다.
내년 3월쯤에 나온다고 하니... 내심장을 쏴라와 7년의 밤을 세번정도 더 읽으며 기다려야겠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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