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015. 성석제와 함께 떠나는 자전거여행 in 화성시.
사실 화성시에서 주최하는 행사인 줄 몰랐다.
문학동네에서 주최하고 출판사이트를 통해 소규모 모집을 했다고 생각했다. 홍보 포스터에 '추첨을 통한 10명' 이라고 적혀있었으므로.
화성의 날씨를 검색하다가 화성시에서 올린 '성석제와 함께 떠나는 자전거 여행' 홍보 뉴스를 보고 내가 전국에서 추첨된 80명의 사람들 중 한명이라는 사실을 깨닳았다. 그 때 이 여행이 내가 상상하던 소규모의 오순도순한 모임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긴 했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었다.
이 사실은 당일 아침에 전국에서 추첨된 사람 중 서울에서 모일 30명 정도의 인원 어느 누구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대화한 사람들은 모두 전국의 80명 이란 규모에 놀라고 실망했다. 다들 20명 내외로 작가남과 자전거를 타며 혹은 식사를 하며 작품에 대한 질문이나 작가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 기대했던 것 같다.
예스24에서 10명, 알라딘에서 10명, sns를 통해서 10명 정도, 거기에 화성시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된 40명이 정말 화성에 모였다. 막상 모이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한 40명 정도 될테니 그마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많이 모여서 자전거를 탈 때는 3조로 나누어서 움직이고 점심 식사도 마치 식당에서 우연히 작가님을 마주친 느낌으로 먹었다. 자꾸 바라보니 스토커가 된 기분이었다.
기대했던 작가님의 강연시간도 예상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작가님이 길을 잘못들어 행사시간에 늦으셨는데 다음에 이어질 일정을 축소하거나 취소할 수 없었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내에서 재빠르게 강연을 해야했다. 강연 내용이 축소된 것 같지는 않으나 예정된 질의 응답시간과 싸인회 일정은 취소되었다. 작품에 대해 질문하고 싶은게 있었는데 아쉬웠다. 강연 후 이동시간에 일행의 도움으로 싸인을 받을 수 있었으나 그마저도 이동시간을 지체시킨다는 생각에 뭔가 눈치 보이고... 이름과 감사합니다를 말할 수 있을 뿐이었다.
상황이 많이 아쉬운 여행이었다. 행사의 모집인원이 80명이라는 사실을 미리 공고했더라면 작가님과의 거리에 대한 기대감이 적어서 실망도 적었을 것이다. 이번 여행은 너무 멀었다. 내가 이런 행사가 처음이라 기대가 너무 컸던 탓도 있다. 작가님 입장에서도 80명 되는 낯선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다니실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편하게 다가가서 이것저것 물어 볼 껄 그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주셨을 수도 있는데.....
작가와 함께하는 자전거여행이 아니고, 작가와 함께 '만' 하는 자전거여행이었다.
여행 자체는 너무 좋았다. 날씨가 좋았고 좋은 사람을 만났으며, 화성시 행사라는 이점을 가지고 평소에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성곽과 시화호 매립지를 둘러볼 수 있었다.
화성시의 성곽은 현장을 직접 발굴하신 고고학자 선생님께서 역사적 사실과 발굴작업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주셔서 문화재 발굴과 복원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었다. 특히 발굴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곳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비하인드 스토리는 우리만의 비밀로 묻어두라고 하셨으니 적지 않겠다. ㅎㅎ
자전거 여행은 걱정했던 것과 달리 코스가 완만하고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달렸기 때문에 많이 힘들지 않게 완주할 수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기온이 높아 좀 더웠는데 자전거를 타고 달리니 바람이 시원해서 덥지 않고 좋았다.
특히 시화호 매립지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매혹적인 광경이어서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일반적인 아름답다는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매혹적이었다. 디스토피아적인 상상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아무 건물도 없는 광활한 대지가 펼쳐져 있고, 염분이 섞인 흙에는 일반 식물은 자랄 수가 없어서 염생식물인 붉은 칠면초와 갈대들이 자라고 있었다. 마치 지구가 멸망하고 다시 새 생명이 움트는 광경 같았다. 내가 읽은 책 중에 토양에 석회성분이 많아 아무 것도 썩지 않는 땅이 생각났다. 반란으로 죽은 시체들을 묻었으나 시체가 썩지 않아 붉고 향이 강한 꽃을 심어 시체와 악취를 숨겼던, 꿈에서 당도한 그 땅. 순간적으로 그 땅위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번여행의 화두는 성석제가 아니었다. 내 사회성이 남아 있느냐에 대한 시험대였다.
여행가기 전부터 가장 많이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집단 모임에는 좋은 추억이 없다. 내 테이블은 늘 침묵이었다. 친구를 만나거나 공통의 주제를 논의하는 집단이 아닌 이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피해왔다. 낯선 사람들 가운데서 어색하게 서있다가 혼자 밥을 먹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새학기 첫날의 공포였다. 실제로는 첫날 좋은 친구를 많이 만났음에도.... 그래서 더욱 나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나의 사회성이 아직 최악은 아니고 충분히 새로운 사람을 사귈 수 있고 대화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놀랄만큼 좋은 사람을 만났다.
내 첫인사를 반갑게 받아주셨고, 여행 내내 챙겨 주고, 외롭지 않게 함께 다녀주고, 뒤쳐지면 기다려 주셨다. 그 분이 아니었다면 책에 사인도 못받고, 사진도 못찍었을 것이다. 가장 감동받은 점은 놀라울 정도로 개인 사생활에 대해서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말 감사했고, 그 감사함을 용기내어 고백했다는게 다행이다. 그럼에도 다시 연락하자는 뉘앙스에 말에 연락처를 물어보지 않았다. 서툰 농담으로 우연과 인연을 말하고 뒤돌아섰다. 어차피 연락처를 교환해도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 예상의 배경은 나의 모자름에 있었다.
나의 모자람으로 사람들을 자꾸 밀어내게 된다.
나만 외로우면 그만인데 상대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것 같아 며칠이 괴롭다.
참. 다이어리를 잃어버렸다.
라이딩 때 배낭의 무게를 줄인다고 책과 다이어리를 종이봉투에 넣어 차에 두었는데 책만 챙기고 다이어리는 봉투와 함께 버렸다.
나의 2016년에 대한 기억이 날아갔다. 몇가지 중요한 것은 따로 보관되어있고 주로 사소한 일상과 순간, 감상문 등이었는데 내 인생은 그게 전부라 아쉽다.
마지막으로 적었던 것은 작가님이 강연하실 때의 모습에 관한 것이다.
-기형도 시인과 화성에 온 적이 있고 국수를 드셨고, 기형도 시인은 나중에 화성에 관한 시도 쓰셨다.
-말씀하실 때 위를 쳐다보고 주로 오른쪽(작가님 입장에선 왼쪽)에 시선을 주신다. 나는 왼쪽에 앉았다. 흑흑.
-머리숱이 많으시고 안경은 가는 금속 테의 동그란 안경을 쓰셨다.
-전체적으론 네모고 그 속은 동그란 것들로 가득 차있다.
-목소리나 웃으시는 것은 상상했던 것 만큼 좋다.
이런 것 들이다. 들이었다. 흑흑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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